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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업무 속도를 높이려다 확인까지 줄여 버릴 때

탁자 위 종이에 색종이 조각들이 놓여 있고, 뒷모습의 사람이 빈자리에 다른 조각을 가져다 대는 그림.

먼저 놓아도, 다시 맞출 자리는 남는다. · AI 생성 일러스트

 

없애도 될 것 같은 과정은 대개 자기 몫을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는 데 드는 시간을 덜어내면, 정확함은 그대로 두고 결과만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기다림은 눈에 보였고, 그동안 이루어지는 판단은 보이지 않았다. 잘못 읽는 일이 늘고 나서야 내가 줄이려던 것이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어느 과정이 그 상태를 받치고 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 문서의 표현을 고르고, 앞뒤 내용이 맞는지 살피고, 애매한 항목을 다시 묻는 일은 결과물에 따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받는 쪽에서는 처음부터 말끔했던 문서를 받는다. 말끔하게 만든 수고는 말끔함 속에 사라진다.

“이 부분만 빼면 훨씬 빨라지겠는데요.”

 

그 말에는 전부 버리자는 무모함보다, 필요한 것은 다 남겨 두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일을 줄일 때 우리는 남기는 항목은 자세히 설명하지만, 빼는 항목은 ‘한 번 더 보는 것’ 정도로 부른다. 이름부터 중복 업무가 된다. 같은 문서를 다시 연다는 사실은 같아도, 이번에는 무엇을 보는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빠진다.

작게 나누어 확인하면 더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문장 하나만 떼어 놓으면 읽을 양은 줄어든다. 다만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려 주던 앞 문장도 함께 사라진다. 덜 보는 일이 언제나 덜 수고하는 일은 아니다. 없어진 단서를 추측으로 메우느라 오히려 판단이 길어질 때가 있다.

확인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빨리 건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진행 상황을 물었는데 검토 중이라는 답만 돌아오면, 일이 움직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니 속도를 원하는 마음을 성급함으로만 부르기도 어렵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라도 볼 수 있으면 다음 질문을 준비할 수 있다.

 

내가 바꾼 것은 모든 판단을 서둘러 끝내려던 방식이었다. 먼저 보여 주는 것과 전체를 보고 고치는 것을 나누고,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면 바꿀 수 있게 했다. 처음 내놓는 답을 나중에 고칠 수 있다면, 빠름과 정확함을 같은 순간에 모두 얻어야 할 필요도 줄어든다.

일터에는 ‘초안’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고치기 어려운 문서가 있다. 이미 공유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말이 붙는 순간, 초안은 이름만 초안이다. 반대로 바뀐 부분을 알아볼 수 있고 수정된 내용을 다시 건넬 수 있다면, 먼저 내놓은 것은 다음 판단의 재료가 된다. 빠르게 건네는 일의 가치는 그 뒤에도 손댈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빨리 건넨 답에도 고칠 자리가 남아 있으면, 기다림은 빈 시간이 아니라 함께 일을 이어 갈 여유가 된다.